한권의 서점의 두 번째 책은 5월의 종 정웅 대표의 <매일의 빵>입니다. 시멘트를 판매하다 밀가루로 빵을 만들게 된 이야기. 만드시는 빵 만큼이나 담백하지만 명확하게 담아두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많은 일들에 둘러쌓여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일’은 분명 삶 속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쁜 나날 속에서 나를 위한 ‘내 일’들을 ‘내일’의 일로 생각하고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어쩌면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내 일’들이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는 것들이지 않을까요?


한권의 서점은 <매일의 빵>과 함께 두 번째 단어로 ‘내 일을 선정합니다. 빵의 레시피를 닮은 저자의 생각과 우리의 일상 속 모습들로 책을 다시 펼쳐두었습니다.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작지만 소중한 ‘내 일'들을 환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이야기 '내 일'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여전히 미루고 있는

내일을 위한 ‘내 일'


2019년 8월


TELLING ABOUT OF <ONE BOOK>


오븐 앞에서 한없이 행복한 사람, 

그가 들려주는 향긋하고 담백한 삶에 관한 이야기


정웅은 대학에서 무기재료공학을 배운 후 시멘트회사에 취직하여 영업직으로 일했다. 처음엔 건설회사 정문 관리실조차 통과하기 힘들었지만, 적응을 마치고 나서는 꽤 우수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과를 올리기 위해 점점 거짓말이 늘었다. 1000만 원이 넘는 술값이 통장을 늘 바닥으로 만들고 있었다. 회사 앞을 오가던 어느 날, 근처에서 빵을 만들고 파는 제법 큰 가게가 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온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어 망설임 없이 사표를 냈다. 사표가 수리되던 날, 양복 차림으로 제빵학원 계단을 올랐다.


서른한 살에 처음 반죽을 잡았다. 학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인 그에게 다들 늦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일찍 학원으로 가서 가장 늦게 나왔다. 제법 큰 규모의 베이커리에 취직해 다시 막내직원으로 일을 배웠다. 곧 아이도 태어났지만, 아내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그를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는 그렇게 베이커가 되었다.


어느 날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옆에 앉아 계신 나이 지긋한 어른이 나에게 빵 만드는 사람이냐고 물어보셨다. “어떻게 아셨는지요?” 놀라서 여쭤보니 내 몸에서 온통 빵냄새가 난다며 미소지으신다. 빵 만드는 사람. 내가 나의 일을 찾아가는 길 위에 서 있음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32쪽)


열심히 준비해 첫 가게를 열었지만, 그가 만들고자 했던 유럽 스타일의 빵이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가게 안에는 몹쓸 빵을 만들어 판다며 고성이 오가기 일쑤였다.


손님 한 분이 경찰관 한 분과 함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더니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사람이 빵 만드는 사람이요!” 전날 호밀빵을 사갔는데 맛이 시큼하고 아무래도 오래된 딱딱한 빵을 팔아먹은 것 같다는 것이다. 한참 동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겨우 ‘맛없는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나서야 그날 사건이 끝을 맺었다.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쫄깃한 식감의 빵들 속에서, 재료 본연의 풍미를 끌어내어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빵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나의 시도는 이토록 험난하게 시작되었다.(65~66쪽)


정웅은 간절했다. 머릿속에 매출표만 아른거렸지만, 오히려 천연효모를 이용해 만드는 빵의 가짓수를 늘리고 본연의 맛에 접근하기 위해 좀더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빵이 다 팔리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빵이 다 팔려나갔다. 나와 직원들은 빵 만들기에 바빠졌다. 생산량을 점점 늘려갔고 어느 날부터는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매장 안이 크지 않아 열댓 명이 들어서면 가득차기 때문에 결국 가게 문 밖으로 줄이 이어져 기다리는 모양새가 되었다.(93~94쪽)


빵과 함께하는 내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빵은 더이상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군것질이나 가끔 먹는 디저트로만 소비되었지만, 근래에는 이미 주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동네마다 있는 제과점에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점포 수는 해마다 늘어나다가 이제는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빵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아주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빵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베이커의 고단함과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의 실상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갈수록 산업화되는 생산방식으로 인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일정 수준의 빵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자, 천연효모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소규모 베이커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웅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어설프게 따라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수록 개성 있고 독특한 빵을 만드는 데 좀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 없는 새벽, 반죽의 촉감을 오롯이 느끼며 오렌지색 빛을 내는 오븐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는 그는 빵을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찾은 이 행운을 빵이라는 매개체로 소소히 나누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 어쩌면 우리가 입에 넣는 빵 한 조각은 베이커가 전하고자 하는 행복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