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No 20. < 정원 >


‘당신만의 정원이 있나요?’


전시 일정 ㅣ 04.23 - 05.29

책 ㅣ ⌜정원가의 열두 달⌟

추위가 가시고 꽃 구경에 마음이 들뜰 4월. 

식물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계절에서 그 푸릇함은 거리에 나선 이들을 설레게 합니다.


바깥과 어느 정도의 단절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가드닝, 원예는 더 이상 낯선 취미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작은 흥미에서 시작된 우리의 관심은 어느새 전문 분야로 불쑥 넘어가 보고픈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그 문턱 너머에선 작고도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오늘날 ‘반려’의 범주에 포함된 식물. 그 생명체들을 누구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사람의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그들을 보면 정원은 만들고 가꾸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정원은 한 개의 화분이든, 베란다 한 켠이든, 어디든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추위가 가시고 꽃 구경에 마음이 들뜰 4월. 식물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계절에서 그 푸릇함은 거리에 나선 이들을 설레게 합니다.


바깥과 어느 정도의 단절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가드닝, 원예는 더 이상 낯선 취미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작은 흥미에서 시작된 우리의 관심은 어느새 전문 분야로 불쑥 넘어가 보고픈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그 문턱 너머에선 작고도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오늘날 ‘반려’의 범주에 포함된 식물. 그 생명체들을 누구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사람의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그들을 보면 정원은 만들고 가꾸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정원은 한 개의 화분이든, 베란다 한 켠이든, 어디든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출판사 인터뷰 >

Q. 출판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펜연필독약’이라는 이름의 배경도 궁금하네요.


   펜연필독약은 현재까지 네 권의 책을 펴낸 작은 1인 출판사입니다. 문화/생활 영역의 에세이 출판에 주로 관심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실용서와 에세이의 감각이 반반 섞인 책들을 만들고 싶고요. 하우투를 충실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향해 계속 달려가는 책이라고 할까요. 건축, 와인, 가드닝, 육아. 이렇게 각각 다른 분야의 책들을 펴냈습니다. 


   펜연필독약이라는 이름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에세이 <Pen Pencil and Poison>에서 땄습니다. 예술가이자 연쇄살인범인 어느 실존 인물에 대해 고찰하는 글인데 무엇보다 제목이 맘에 들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어서 더 이 이름을 갖고 싶기도 했고요. "도덕적 바탕은 늘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도피처가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책을 기획할 때 저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Q.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출판계에 입문한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여느 20년 차 편집자들만큼 업력이 충실하진 못하지만요. 주로 실용서들을 만들어왔습니다. 교육과 학습 분야 책들을 가장 많이 만든 것 같습니다. 시장의 경쟁 논리에 매우 민감한 책들이고요. 그 덕에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정 테크닉은 조금 더 치밀하게 훈련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용서보다는 제가 읽고 싶은 책들, 지적/문화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들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건 그런 꿈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혀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런저런 계기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비로소 제가 원하는 책들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Q. 이번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렐 차페크의 글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카렐 차페크의 이 작품은 2000년대 초중반 이미 두 차례 국내에 번역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어판 또 하나는 영어판을 갖고 번역된 책이었는데, 둘 다 오래가지 않아 절판이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저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앞부분 몇 페이지만 읽고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여느 가드닝 책들과 확연히 달랐거든요. 제가 막연히 꿈꾸었던 이상적인 가드닝 에세이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오래 잊고 있다가 펜연필독약을 시작하며 그 책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그 책을 제가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이런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일 거라고 느꼈습니다. 정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럴수록 더 정원을 가꾸는 삶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한껏 자극하는 책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이전 질문에서 확장하여,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여쭤봅니다.


   저는 입문서 출판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책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자주 고민하는 편이고, 그런 책을 잘 만드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 실용서와 에세이의 감각이 반반 섞인 책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한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을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초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입문서에선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책을 기획함에 있어 제가 중요하게 살피는 기준은 해당 분야의 기존 문법과 흐름에 반기를 드는 요소가 존재하느냐입니다.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기획에 대해 제가 유독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는 편이라서요. 반기를 든다는 건 꼭 저자의 의도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현재의 마켓, 혹은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기존 책들과 새로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느냐까지 포함하는 이야기죠. 가령 <정원가의 열두 달>은 가드닝 책이지만 기존 가드닝 책들과는 그 세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과 태도가 많이 다릅니다. 자연예찬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일색이던 전통적 가드닝 에세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객관적이고 모던하고 도시적인 감성이 책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Q.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대게 디자인에 대표님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와, 처음 생각하셨던 책의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책의 타깃 독자를 어떤 그룹으로 잡을 것이냐였습니다. 가드닝 에세이니까 당연히 가드닝 애호가들에게 가장 먼저 소구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포지셔닝했을 때 그 바깥으로까지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무척 고민되었습니다. 더구나 이 책은 가드닝 카테고리에만 가둬두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재밌고 문학적 색채도 강한 에세이라서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작가 카렐 차페크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거든요. 그래서 결국 문학 에세이 분야에 포지셔닝하는 건 위험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훨씬 작고 폐쇄적인 시장이긴 하지만 가드닝 독자들에게 정확히 맞추기로 결정하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가드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책 한 권을 갖는 것으로 가드닝이라는 세계의 절반을 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 그런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삽화 속에 있던 꽃 한 송이를 꺼내 그걸 일종의 패턴처럼 만들어 표지에 가득 담은 거죠. 또 최대한 자연 에세이 느낌을 주기 위해 흙빛 크라프트 용지를 표지로 썼고요. 띠지를 없애고 책을 더 단출하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카렐 차페크의 모습을 띠지가 아닌 표지에 담아 작가를 더 부각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Q. 책 자랑 한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책의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거의 100년 전에 쓰인 책이 어쩌면 이렇게 요즘의 책들보다 더 웃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대다수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책은 가드닝 에세이가 아니라 코미디 장르로 봐야 한다는 독자 리뷰도 있었고요.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미친 듯이 웃으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얼마나 유머와 위트로 가득한지를 한층 강조해서 포장했다면 지금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도 좀 하고 있습니다.

 

   가드닝 에세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많은 이야기들이 두 겹으로 읽힙니다. 정원의 흙을 가꾸는 이야기 속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사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고요, 땅속 깊은 곳에서 이듬해 봄을 준비하는 정원의 가을 이야기 속엔 희망을 놓지 않고 역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깔깔거리며 가볍게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유익한 에세이지만,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겹을 생각하며 읽으면 한없이 가슴 뭉클해지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풍성하고 아름다운 표현이 가득한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나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잊을 수 없죠. 카렐 차페크의 글에는 추상적인 허사가 없습니다. 모든 문장이 구체적이고 그래서 단단하죠. 그가 말하는 희망은 진짜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는 꼬박꼬박 이 구절을 찾아 읽곤 합니다.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들은 늘 한 발짝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해마다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한다. 신의 가호로 고맙게도 우리는 또다시 한 해 더 앞으로 나아간다!"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후에 다루고 싶은 책은 어떤 분야일지 궁금합니다.


   식물의 성장에 비유하자면 펜연필독약은 이제 겨우 싹을 틔운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은 어떤 이야길 해도 꿈에 가까운 플랜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수시로 흔들리고 있거든요. 매우 심심한 답변이겠지만, 이제까지 펴낸 네 권의 책과 비슷한 결의 기획들을 앞으로 한참 더 해나가고 싶습니다. 조금 구체적인 계획 하나를 꼽자면 '낱말 에세이' 시리즈를 세워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 책 <와인을 위한 낱말 에세이>를 펴내면서 그때부터 구상해온 시리즈입니다. 낱말 100개로 풀어가는 동일한 형식의 에세이를 다양한 주제로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Q. 출판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펜연필독약’이라는 

이름의 배경도 

궁금하네요.

   펜연필독약은 현재까지 네 권의 책을 펴낸 작은 1인 출판사입니다. 문화/생활 영역의 에세이 출판에 주로 관심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실용서와 에세이의 감각이 반반 섞인 책들을 만들고 싶고요. 하우투를 충실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향해 계속 달려가는 책이라고 할까요. 건축, 와인, 가드닝, 육아. 이렇게 각각 다른 분야의 책들을 펴냈습니다. 


   펜연필독약이라는 이름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에세이 <Pen Pencil and Poison>에서 땄습니다. 예술가이자 연쇄살인범인 어느 실존 인물에 대해 고찰하는 글인데 무엇보다 제목이 맘에 들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어서 더 이 이름을 갖고 싶기도 했고요. "도덕적 바탕은 늘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도피처가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런 말들을 좋아합니다. 책을 기획할 때 저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Q.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출판계에 입문한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여느 20년 차 편집자들만큼 업력이 충실하진 못하지만요. 주로 실용서들을 만들어왔습니다. 교육과 학습 분야 책들을 가장 많이 만든 것 같습니다. 시장의 경쟁 논리에 매우 민감한 책들이고요. 그 덕에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정 테크닉은 조금 더 치밀하게 훈련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용서보다는 제가 읽고 싶은 책들, 지적/문화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들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건 그런 꿈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혀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런저런 계기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비로소 제가 원하는 책들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Q. 이번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렐 차페크의 글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카렐 차페크의 이 작품은 2000년대 초중반 이미 두 차례 국내에 번역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어판 또 하나는 영어판을 갖고 번역된 책이었는데, 둘 다 오래가지 않아 절판이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저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앞부분 몇 페이지만 읽고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여느 가드닝 책들과 확연히 달랐거든요. 제가 막연히 꿈꾸었던 이상적인 가드닝 에세이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오래 잊고 있다가 펜연필독약을 시작하며 그 책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그 책을 제가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가드닝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이런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일 거라고 느꼈습니다. 정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럴수록 더 정원을 가꾸는 삶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한껏 자극하는 책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이전 질문에서 

확장하여,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여쭤봅니다.

   저는 입문서 출판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책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자주 고민하는 편이고, 그런 책을 잘 만드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 실용서와 에세이의 감각이 반반 섞인 책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한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을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초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입문서에선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책을 기획함에 있어 제가 중요하게 살피는 기준은 해당 분야의 기존 문법과 흐름에 반기를 드는 요소가 존재하느냐입니다.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기획에 대해 제가 유독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는 편이라서요. 반기를 든다는 건 꼭 저자의 의도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현재의 마켓, 혹은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기존 책들과 새로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느냐까지 포함하는 이야기죠. 가령 <정원가의 열두 달>은 가드닝 책이지만 기존 가드닝 책들과는 그 세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과 태도가 많이 다릅니다. 자연예찬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일색이던 전통적 가드닝 에세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객관적이고 모던하고 도시적인 감성이 책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Q.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대게 디자인에 

대표님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와, 처음 생각하셨던 책의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책의 타깃 독자를 어떤 그룹으로 잡을 것이냐였습니다. 가드닝 에세이니까 당연히 가드닝 애호가들에게 가장 먼저 소구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포지셔닝했을 때 그 바깥으로까지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무척 고민되었습니다. 더구나 이 책은 가드닝 카테고리에만 가둬두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재밌고 문학적 색채도 강한 에세이라서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작가 카렐 차페크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거든요. 그래서 결국 문학 에세이 분야에 포지셔닝하는 건 위험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훨씬 작고 폐쇄적인 시장이긴 하지만 가드닝 독자들에게 정확히 맞추기로 결정하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가드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책 한 권을 갖는 것으로 가드닝이라는 세계의 절반을 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 그런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삽화 속에 있던 꽃 한 송이를 꺼내 그걸 일종의 패턴처럼 만들어 표지에 가득 담은 거죠. 또 최대한 자연 에세이 느낌을 주기 위해 흙빛 크라프트 용지를 표지로 썼고요. 띠지를 없애고 책을 더 단출하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카렐 차페크의 모습을 띠지가 아닌 표지에 담아 작가를 더 부각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Q. 책 자랑 한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책의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거의 100년 전에 쓰인 책이 어쩌면 이렇게 요즘의 책들보다 더 웃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대다수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책은 가드닝 에세이가 아니라 코미디 장르로 봐야 한다는 독자 리뷰도 있었고요.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미친 듯이 웃으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얼마나 유머와 위트로 가득한지를 한층 강조해서 포장했다면 지금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도 좀 하고 있습니다.

 

   가드닝 에세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많은 이야기들이 두 겹으로 읽힙니다. 정원의 흙을 가꾸는 이야기 속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사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고요, 땅속 깊은 곳에서 이듬해 봄을 준비하는 정원의 가을 이야기 속엔 희망을 놓지 않고 역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깔깔거리며 가볍게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유익한 에세이지만,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겹을 생각하며 읽으면 한없이 가슴 뭉클해지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풍성하고 아름다운 

표현이 가득한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나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잊을 수 없죠. 카렐 차페크의 글에는 추상적인 허사가 없습니다. 모든 문장이 구체적이고 그래서 단단하죠. 그가 말하는 희망은 진짜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는 꼬박꼬박 이 구절을 찾아 읽곤 합니다.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들은 늘 한 발짝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해마다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한다. 신의 가호로 고맙게도 우리는 또다시 한 해 더 앞으로 나아간다!"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후에 다루고 싶은 책은 어떤 분야일지 궁금합니다.

   식물의 성장에 비유하자면 펜연필독약은 이제 겨우 싹을 틔운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은 어떤 이야길 해도 꿈에 가까운 플랜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수시로 흔들리고 있거든요. 매우 심심한 답변이겠지만, 이제까지 펴낸 네 권의 책과 비슷한 결의 기획들을 앞으로 한참 더 해나가고 싶습니다. 조금 구체적인 계획 하나를 꼽자면 '낱말 에세이' 시리즈를 세워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 책 <와인을 위한 낱말 에세이>를 펴내면서 그때부터 구상해온 시리즈입니다. 낱말 100개로 풀어가는 동일한 형식의 에세이를 다양한 주제로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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