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 남짓한 이곳 공간에 머물며 서촌의 정취를 감각해보는 시간을 제안합니다.
한권의 서점 25번째 전시와 함께, 연말의 한순간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Word No. 25 <편지>
편지는 곧 정(情)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뻔한 비유일지라도 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낱장의 종이지만 그것은 떨어져 지내는 이들을 이어주기도, 말로 못 담을 벅찬 축하를 전하기도 하고, 심지어 주저앉은 사람을 부추겨 일으키기도 합니다. 한 번이라도 편지를 받아본 이라면 그 힘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서투르게 쓸수록 더 소중해지고 다시 꺼내보게 되는 물건이 되지요. 성의를 표현하는 가장 조용한 방식 같습니다.
올해의 끝에서 지나온 1년에 대해 회고하자면 매번 복합적인 감정이 스칩니다. 누군가는 여유로운 한 해로 추억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휘몰아쳤던 해, 또는 마음을 움켜쥐는 해로 기억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안녕했냐는 안부를 묻기 조심스러워져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에요.
누군가를 향한 소소한 말들을 지면에 적어내며 올해를 돌아봅시다. 편지 쓰는 사람들로 서점이 채워지고 한 해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가 오가는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어져 있는 책상에 여러분의 글씨들이 수없이 얹어지면 좋겠습니다. 서로와 서로 사이에 오가는 편지가 많은 올겨울이 되길 바랍니다.
25번째 책 : ⌜편지 쓰는 법⌟
저자 문주희 ㅣ 출판 유유 ㅣ 출간 2022.10
이번 전시는 편지 쓰기를 동시대의 문화로 만들어 가는 '글월'과 함께합니다.